묘의 뜻
墓(묘)라는 글자가 마음에 걸린다면, 이 단계의 다른 이름부터 기억해 두면 좋아요. 옛사람들은 같은 자리를 庫(고)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곳간이나 창고를 뜻해요. 12운성은 날 천간 기운의 흐름을 한살이 말로 빗대어 부를 뿐이라, 이 이름도 사람에게 생기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요. 가을걷이를 마친 곡식을 곳간에 들여 겨우내 먹을 만큼 갈무리해 두는 모습이 이 단계에 가장 가까운 그림이에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안에는 거두어들인 것이 넉넉히 쌓여 있어요.
이 자리에 있으면
사주의 이 자리에 墓(묘) 단계가 있으면, 쓰기보다 모으는 데 마음이 먼저 가는 결로 읽는 풀이가 많아요. 작은 것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해 두고 챙겨 두는 꼼꼼함이 있어요. 살림을 계획적으로 꾸리고 씀씀이를 살피는 감각이 좋다고 보기도 해요. 지식이나 경험도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필요한 때 꺼내 쓰는 편이에요. 다만 이 단계 하나로 성격을 단정하기보다, 다른 글자들과 함께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아요.
앞뒤 단계와의 흐름
흐름으로 보면 墓(묘) 단계는 死(사) 다음, 絶(절) 앞에 놓여요. 死(사) 단계에서 고요히 한곳에 모인 기운이 이 단계에서 창고에 들어가 보관돼요. 그리고 다음 絶(절) 단계에서는 곳간을 비우듯 묵은 것이 정리되며 새 출발을 위한 빈자리가 생겨요. 거두고, 쌓고, 비우는 이 순서가 있어야 다시 胎(태)의 씨앗이 맺힐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墓(묘) 단계는 멈춤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 힘을 저장해 두는 든든한 곳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