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의 뜻
絶(절)은 ‘끊다’라는 뜻을 지닌 글자라 이름만 들으면 쓸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12운성의 이름은 날 천간 기운이 지나는 시기를 한살이 말로 빌려 부른 것이라, 사람의 인연이나 앞날이 끊긴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 쓴 공책을 덮고 새 공책의 첫 장을 펼치기 직전을 떠올려 보세요. 앞의 이야기는 끝났고 다음 이야기는 아직 쓰이지 않은 그 하얀 여백이 바로 絶(절) 단계예요. 비어 있다는 것은 무엇이든 새로 담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 자리에 있으면
이 자리에 絶(절) 단계가 있으면, 익숙한 것에 매이기보다 새 길로 마음을 돌리는 데 거리낌이 적은 결로 읽는 풀이가 많아요.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방향을 바꾸는 결단이 있고, 낯선 환경에도 비교적 빨리 마음을 여는 편이에요. 생각이 자주 바뀐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만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 한 글자가 사람을 다 설명하지는 않으니, 다른 글자들이 이 유연함을 어떻게 받쳐 주는지 함께 보면 좋아요.
앞뒤 단계와의 흐름
흐름으로 보면 絶(절) 단계는 墓(묘) 다음, 胎(태) 앞에 있어요. 墓(묘) 단계에서 창고에 거두어 둔 것을 정리하고 비워 내는 자리가 바로 여기예요. 묵은 것이 비워진 뒤에야 다음 胎(태) 단계에서 새 씨앗이 맺힐 수 있어요. 그래서 12운성의 한 바퀴에서 가장 텅 빈 이 지점은 오히려 새 순환이 시작되는 문턱으로 읽혀요. 끝과 처음이 맞닿아 있는 자리라서, 絶(절) 단계를 두고 ‘바뀔 채비를 마친 때’라고 풀기도 해요.